[골프&라이프]"골프만 생각하면 행복하죠"...차진성 두바이 아시아나 호텔 대표이사
[골프&라이프]"골프만 생각하면 행복하죠"...차진성 두바이 아시아나 호텔 대표이사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11.06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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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진성 대표와 강택상 총지배인(우측)
차진성 대표와 강택상 총지배인(우측)

[두바이(아랍에미리트)=안성찬 골프대기자]행복은 삶의 위대한 선물중 하나라고 했다. 그런데 행복은 어디서 올까. 아주 단순하다. 마음 먹기에 달렸다는 것이다. 행복의 황금률은 우리가 선택할 수 있다는데 있다. 따라서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일을 할 수 있다면 아마도 그는 행복한 부자일 것이다.

이런 주인공이 있다. 골프만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지난 3일부터 6일까지 아랍 에미리트 두바이의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 챔피언십 코스(파71·7203야드)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 

비록 아마추어 골프대회지만 우승자에게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메이저대회 마스터스와 디오픈 출전권이 주어지기 때문에 상금이 걸린 프로대회처럼 치열하다.

올해는 한국, 일본, 중국, 호주, 바레인, 캄보디아, 대만, 홍콩, 괌, 인도, 인도네시아, 이란, 이라크, 요르단, 키르기즈스탄, 레바논, 말레이시아, 몽골, 네팔, 뉴질랜드, 오만, 파키스탄, 파푸아 뉴 기니아, 필리핀, 콰타르, 사우디 아라비아, 싱가포르, 스리 랑카, 아랍에미리트연합 등 29개국에서 93명의 선수들이 샷 대결을 벌였다. 

한국은 최상현(21미국 뉴멕시코대학)을 비롯해 국가대표 김백준(20·한체대), 국가대표 조우영(20·한체대), 국가대표 장유빈(19·한체대), 이준민(20·텍사스주A&M대학), 이원준(24) 등 6명이 출전했다.

우승은 세계아마추어랭킹 1위를 40주 동안이나 한 일본의 나카지마 게이타에게 돌아갔다. 한국은 조우영이 3위를 했다.

그런데 가만히 있어도 땀이 줄줄 흐르는 낮 기온이 38도를 오르내리는 대회 기간 4일 내내 한국 선수를 따라다니면서 응원하는 갤러리가 눈에 띄었다. 때로는 잔디에 앉아 박수를 치기도 하고, 아쉬움을 나타내기도 했다.

다름 아닌 그는 두바이에서 호텔업을 하는 한국인 사업가였다. 주인공은 차진성(60) 아시아나호텔 대표이사였다. 차 대표는 이 골프장 1호 회원이자 클럽챔피언이다.
궁금해서 그가 운영하는 호텔 레스토랑 ‘소나무’에서 인생 이야기를 들어봤다.

그런데 의자에 안자마자 대뜸 “골프는 신이죠(Golf is God)”라고 말했다. 기자는 속으로 생각했다. 골프를 얼마나 좋아하면 저렇게 아무런 망설임 없이 대놓고 골프를 찬양할까 싶었다.

“골프는 저의 절친입니다. 플레이하는 것만으로도 행복, 그 자체이니까요. 

그는 처음부터 골프를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는지도 모른다.

사실 그는 ‘인터내셔널 맨’이다. 이 때문에 한국을 잘 모른다. 한국에 친구도 거의 없어 왕래도 별로 하지 않는다. 한국 밖에서 놀았던 탓이다.

그는 용산중학교 2학년 때 한국을 떠났다. 부친이 태국 방콕에서 무역업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어린 나이에 ‘이방인’이 된 것이다. 지금이야 자리를 잡고 어느 정도 성공해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고 있지만, 어린 시절에는 무척 당황했으리라. 70년대만해도 외국 여행도 자유롭지 않은데다 의사소통도 쉽지 않았을 테니까. 부친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사업체를 옮기면서 그도 함께 왔다. 그런데 두바이는 고등학교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유학길. 이번에는 영국으로 떠났다. 고교 2년을 마치고 미국의 고등학교로 전학했다. 졸업후 미국 사학명문 중 최초의 공과대학인 뉴욕의 랜슬레어(RPI)에 입학해 경영학을 전공한 뒤 대학원까지 마쳤다. 이것이 후에 사업을 하는데 큰 밑천이 될 줄이야. 부친은 그가 미국항공우주국(NASA)에서 근무하길 원했으나 기질에 맞지 않아 일반 직장을 선택했다. 그러다가 부친이 운영하는 고급 인테리어가구를 전문으로 하는 가구공장으로 옮겼다. 하지만 이 역시 적성에 맞질 않았다. 물론 부친 밑에서 5성급 호텔 공사의 인테리어를 맡아서 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독립을 하자고 결심했다. 

차진성 대표
차진성 대표

”제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했지요. 이왕이면 인테리어보다는 직접 호텔을 경영하자는 목표를 세웠습니다. 그래서 땅을 구하고 호텔을 직접 지은 것이죠.“ 

호텔 사업 이전에 그는 다른 사업을 했다. 시푸드(seafood) 전문점을 열었다. 두바이 출신의 이 분야 전문가와 손을 잡았다. 그가 투자하고 공동경영하는 식이었다. 레스토랑은 무려 2809제곱미터(약 850평)였다. 그런데 문을 열고 1년도 채 안 돼 매월 7000만 원이나 적자가 났다. 그러자 믿고 시작했던 사업 파트너가 발을 뺐다.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요리에 ‘요’자도 모르는 그는 건물주를 찾아가 통사정을 했다. 운영이 어려우니 방을 비우겠다고. 하지만 건물주는 3년 6개월이나 남았으니 안된다고 거절했다. 하는 수 없이 자신이 경영하는 수밖에 없었다. 다른 투자자를 구했다. 투자자의 아들과 동업을 다시 했다. 그리고는 레스토랑을 다양하게 쪼개는 작업을 했다. 도시에서 생활하는 구성원들에게 맞는 식당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처음에는 막막했습니다. 너무 크게 벌인 것이지요. 먼저 소비자 눈높이에 맞춰 5개 식당으로 쪼갰습니다. 태국음식, 짜장면, 필리핀음식, 횟집, 아랍음식 등으로 나눈 것이죠. 이것이 성공했어요. 1일 매출이 150만 원을 찍더니 6개월 뒤에는 하루 1500만 원씩 매출이 늘었습니다.“

그는 자신감을 얻었다. 판을 좀 더 키워보자며 ‘빅 픽처’를 그렸다. 그래서 구상한 것이 호텔이다. 단순한 숙박시설이 아닌 두바이에 거주하는 소비자들의 기호에 맞는 전문식당을 계획했다. ‘두바이크릭’ 인근의 거주지역 살라알딘(Salah Al Din))에 땅을 구한 뒤 호텔을 올렸다. 2011년 5월 완공해 오픈했다.

그런데 수익구조가 조금 독특하다. 두바이의 호텔은 대부분 70%가 숙박으로 돈을 벌어들인다. 하지만 그는 방향을 틀었다. 요식업 경험을 해 봤으니까 전문식당을 열어 매출을 올려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전문식당 5개, 노래방, 나이트클럽까지 갖췄다. 코로나19 사태가 번지면서 현재는 식당만 운영하고 있다. 힐튼 호텔 등 최고의 호텔 인테리어 공사 경험을 최대한 살려서 아시아나 호텔 내에 전문식당은 최고급 원자재에 프리미엄 디자인으로 럭셔리하게 꾸몄다. 한국인의 입맛에 맞춘 레스토랑 ‘소나무’부터 일식 유라쿠, 필리핀 뷔페 라메라, 24시간 영업하는 로비라운지 카페 오아이스 등 다양한 종류의 외국식당을 분리해 외국인들의 입맛에도 맞는 음식으로 다양화했다. 특히, 누구나 좋아하는 삼겹살을 직화구이로 한 것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숯향이 나는 노릇노릇 구어진 삼겹살의 맛이 일품이라는 것이다. 아시아나호텔 모든 식당이 맛집으로 소문나 있다는 것이 고객들의 귀띔이다. 이 때문에 고객들은 무엇을 맛 보든 매우 만족한다는 것이 현지 반응이다. 아시아나 호텔의 매출은 다른 호텔과 달리 숙박보다 매출의 70%가 식음료에서 나온다. 

아랍에미리트는 ‘술’에 관해 조금 특별한 것이 있다. 호텔이라고 술을 마음대로 판매하는 것이 아니다. 주류판매자격을 개인이 별도로 따야 한다. 그런데 재미난 사실은 한국과 달리 술은 많이 팔아도 별로 남는 게 없다. 50%가 세금으로 나간다. 이런 이유로 그는 술보다도 요리에 집중한다.

“호텔 경영은 기업과 조금 다른 점이 있습니다. 종사하는 사람과 이용객들과의 의식 수준 등 여러 격차 때문이지요. 종사자들은 대개 두바이보다 경제적으로 낙후된 외국에 온 사람들이지만, 호텔을 이용하는 손님들은 왕족 등 소위 최상위 계층이어서 최고의 서비스를 제공하는데는 한계가 있습니다. 철저한 교육을 시키는데도 인력관리에 어려움이 적지 않죠.“

호텔이 처음부터 잘 돌아간 것은 아니다. 오랜 숙고 끝에 ‘한국적인 것’을 구상했다. 이왕이면 한국인 셰프를 구하는 것이었다. 인연이 닿은 것은 식음료 총지배인 강택상 셰프다. 제주도 출신의 강 총지배인과 인연을 맺은 것이 성공의 밑거름이 됐다. 인천 그랜드 하얏트호텔에서 스카웃을 해왔다. ‘회’ 전문가이지만 못하는 요리가 없는 전천후 셰프다. 차 대표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은 강 셰프 부부가 볼을 잘 친다는 점이다. 특히, 강 셰프의 딸(강현지)이 하와이에서 대학을 다니는 골프선수다. 차 대표와 강 셰프를 하나로 묶는데 골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한 셈이다.

또한, 호텔 레스토랑이 성공을 이룬데는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춘 최적의 마케팅이 한몫했다. 두바이 부호나 상류층이 주로 다니는 두바이 호텔은 알게 모르게 필리핀이나 태국 등 외국 노동자에게는 들어서기가 불편하고 꺼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외국인들이 식당이 자리 잡은 호텔을 가지 않을 수도 없는 일. 

그는 외국인 노동자들에게도 ‘우리 호텔은 무조건 편하게, 그리고 최대한 기분 좋은 서비스를 하자’고 경영 목표를 설정해 문턱을 대폭 낮췄다. ‘고객은 왕’이라는 생각으로 무조건 한국인 특유의 ‘친절’을 앞세워 고객을 맞고, 최상의 음식과 요리를 선보였다. 이것이 잘 맞아떨어졌다. 지역 고객이 늘면서 식당은 모두 호황을 맞았고, 덩달아 호텔도 활기를 띠고 있다.     

“사업과 골프는 공통점이 많습니다. 조금만 한눈을 팔면 금방 표시가 납니다. 골프는 하루만 연습을 소홀히 하면 코스에 나가면 바로 결과가 나타나듯이 호텔과 식당도 마찬가지입니다. 하루의 시간을 초, 분, 시 단위로 나눠 철저하게 준비한 뒤 고객을 맞이해야 합니다. 이 때문에 코스 매니지먼트나 호텔 경영은 종합예술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저 혼자는 쉽지가 않죠. 임직원들이 모두 합심해 고객을 제대로 응대해서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것입니다.”

식자재는 모든 것이 수입이라서 신선도가 생명인데, 이를 위해 유통 및 관리에도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다. 여기에 더운 지역이어서 ‘청결’을 우선했다. 아랍에미리트는 양고기가 대세다. 하지만 그는 돼지고기를 잘 먹지 않는 아랍에서 ‘삼겹살’을 특화시켜 차별화했다. 그의 감각이 잘 맞아떨어져 고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메뉴가 숯불에 구워 먹는 삼겹살 직화구이가 된 것이다.  

그가 골프를 처음 접한 것은 1988년. 당시 어울려 테니스를 하던 친구들이 골프를 하자고 했다. 핸디캡이 7이었던 아마추어 친구가 골프레슨을 해주겠다고 제안했다. 한 친구는 티칭프로 천건우 골프해설위원이고, 다른 친구는 부동산 사업을 하는 엄진호 사장이다. 그런데 그는 연습장에 한 번도 가보지 않고 곧바로 코스로 나갔다. 그날 그는 150타 이상 쳤다. 무엇을 시작하면 끝을 봐야 하는 그의 성격은 골프숍에 들러 클럽을 구입하고 연습장으로 달려갔다. 하루에 500개씩 때렸다. 출근 전, 점심때, 퇴근 후에 연습했다. 5개월 동안 선수처럼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기량은 늘어 ‘핸디캡 5’를 유지했다. 현재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의 핸디캡은 2.8로 돼 있다. 

베스트 스코어는 2언더파 70타. 에미리트 골프클럽 자질리스 코스에서 이글 1개, 버디 1개, 보기 1개를 기록했다. 드라이버 거리는 250야드를 날리며 칩샷과 그린에서 퍼트가 장기다. 벙커샷을 잘해서 닉네임이 ‘벙커 진(Gene)’이다. 아부다비 사디야트 비치클럽 17번홀에서 홀인원의 행운도 얻었다.

그는 1998년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의 클럽챔피언을 차지했다. 여기에 즐거운 일화가 있다. 17번 홀까지 선두에 2타 뒤진 상황. 마지막 18번홀(파4) 세컨드 샷을 앞두고 갑자기 기도를 했다. “할머니, 반드시 클럽챔피언에 오를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라고 간절히 빌었다. 이것이 효과를 발휘한 것일까. 타수에서 앞서가며 챔피언이 유력시됐던 회원이 갑자기 무너졌다. 세컨드 샷한 볼이 그린 앞 물에 퐁당. 하지만 그의 볼은 핀에서 다소 떨어지긴 했지만 그린에 올라가 파온이 됐다. 상대방은 쿼드러플보기(더블파)를 범했고, 그는 파를 잡아 극적으로 이겼다. 

그는 한국인으로 여성위원 서유정 씨와 함께 골프장 자문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자문위원회는 코스 등 골프장에 대한 모든 의견을 개진하고 결정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번 AAC 유치를 하는데도 크게 기여를 했다.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은 가입비와 연회비를 납부하면 그린피가 면제된다. 캐디는 없다. 

매일 9홀 이상을 하루도 거르지 않고 라운드를 한다는 차진성 대표는 “아마도 이제까지 3500라운드는 했을 것”이라며 “이제 시니어 챔피언에 오르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사업과 골프,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차진성 대표. 외국에서 반드시 성공하겠다는 의지와 노력, 그리고 열정이 오늘날 그를 반석으로 올려놓은 것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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