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성찬의 골프이야기]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AC
[안성찬의 골프이야기]마스터스와 R&A, 그리고 AAC
  • 안성찬 골프대기자
  • 승인 2021.11.04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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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 클럽하우스
두바이크릭골프&요트클럽 클럽하우스

[두바이(아랍에미리트)=안성찬 골프대기자]‘부러우면 지는 거다’라는 말이 있다. 그런데 엄청 부럽다. 부러움을 넘어 존경스럽기까지 하다. 올해로 제12회를 맞는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 챔피언십(AAC)을 접하면서 느끼는 솔직한 감정이다.

왜 그럴까. 겉으로 보면 주니어골프대회 같은 아마추어 골프대회이다. 특별할 것이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대회의 ‘속살’을 들여다보면 금방 안다. 뭔가 특별한 것이 숨어 있다는 것을.

대회를 창설한 3개 단체는 모두 세계 골프계의 ‘큰손’들이다. 마스터스를 주최하는 오거스타내셔널 골프클럽(회장 프레디 리들리), 디 오픈을 개최하는 영국왕실골프협회(R&A·회장 마틴 슬럼버스),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골프대회를 총괄하는 아시아-태평양 골프협회(APGC·회장 닥터 데이비드 체리)가 주인공이다. 이들 회장은 대회전에 현지에 도착해 각종 인터뷰에 응하고 선수들을 격려한다.

지난 2009년 창설대회를 가졌다. 첫 대회는 중국 광동성의 12개 코스 216홀을 가진 선전 미션힐스 컨트리클럽에서 열렸다. 한국의 한창원(30)이 초대 챔피언자리에 올랐다.

3개 단체가 주관하면서도 맡은 일은 각각 다르다는 것이 독특하다. 절묘하게 분업화에 성공했다. 미국 애틀랜타주 오거스타내셔널에서 열리는 메이저대회 마스터스가 스폰서를 유치해 대회 비용을 만든다. 아마추어 세계골프랭킹(WAGR)을 운영하는 R&A가 선수관리를 하며, APGC가 대회를 운영한다. 여기에 협찬 파트너로 AT&T, 3M, 벤츠, 델타가 합류했다. 삼성은 10년을 후원하다가 물러섰다.

이 대회는 2016년 한국에서도 열렸다. 인천 송도 잭 니클라우스 골프클럽 코리아에서 개최했을 때만 해도 ‘그들만의 리그’인 줄 알았다. 프로대회 그늘에 가려 빛을 보지 못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이 대회 우승자나 출전했던 선수들이 미국과 유럽무대에 진출하면서 주가를 높이고 있다. 특히, 2회 및 3회 대회에서 2연패를 한 마쓰야마 히데키(29‧일본)가 미국프로골프(PGA)투어 마스터스에서 우승하면서 ACC가 빛을 발하고 있다. 그래서 올해 대회 테마도 ‘영웅탄생’으로 잡았다.

골프장에 등장한 스폰서의 광고판.

그런데 ACC는 단순한 대회, 그 이상을 의미한이다. 이유는 비단 대회규모 뿐아니라 운영방식에서 찾을 수 있다. 골프장이 결정되면 코스관리는 2년전부터 들어간다. PGA투어 못지않게 코스관리에 정성을 들인다. 대회 관계자와 그린키퍼가 수시로 만나 의견교환을 하고 대회에 맞게끔 코스세팅과 잔디관리를 논의한다.

하이라이트는 선수초청. 물론 APGC 41개 회원국을 중심으로 선수를 선발한다. 국가별 최대 초청선수는 6명으로 제한한다. 다만, 국가별로 안배를 한다. 이 때문에 WAGR에서 하위권에 있는 선수도 초청대상이 된다. 특히 부탄, 사모아, 요르단, 키르기스탄, 오만, 바레인, 파푸아뉴기니 등 경제적으로 어려운 국가를 대상으로도 골프 기회를 준 것이다. 사모아는 인구 20만의 최빈국이다. 참가국 중 국내총생산(GDP)으로 보면 경제적으로 가난한 나라도 골프장은 있다. 인구 겨우 2만명의 쿡아일랜드는 18홀이 2개 있고, 솔로몬 아일랜드는 18홀이 1개, 파푸아뉴기니는 18홀이 2개, 파키스탄은 18홀 2개, 부탄은 9홀짜리가 1개 있다. 500개가 넘는 한국과 비교하면 한국은 아이사-태평양 지역에서 골프강국임이 실감난다.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는 모두 대회 조직위에서 초정한다. 항공료부터 숙박, 식사까지 전부 부담한다. 참가국은 대개 40개국 안팎인데 이번에는 코로나19 팬데믹의 특수상황으로 29개에서 93명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로 들어왔다. 두바이는 코로나 방역이 철통수준이다. 비교적 검사가 까다로운 RT-PCR은 기본이다. 숙소에서도 PCR 검사를 두 번이나 더 해야 한다. 검사결과 나올 때까지 숙소에서 6시간이상 기다려야 한다. 두바이는 하루 확진자가 겨우 80명 내외다. 이런 철저한 방역덕분이다.

조금 색다른 것은 선수는 예선탈락해도 자국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대회가 끝날 때까지 대회장을 지키거나 두바이에서 놀아야 한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디 리들리 회장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골프클럽 프레디 리들리 회장이 방송 인터뷰를 하고 있다.

오거스타 내셔널 프레디 리들리 회장은 “이 대회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골프에 대한 관심을 증가시키는 촉매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참가국 선수들은 자국에 돌아가 젊은 골퍼들에게 귀감이 돼 매우 기대된다”고 말한 것만 봐도 대회 개최의 철학이 잘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수십년, 수백년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는 대회를 주관하는 3개 단체는 분명 무엇인가 다르다. 대회를 통해 아시아-태평양 지역을 하나로 묶어 선수들 및 관계자들에게 친밀한 환경을 만들고, 골프를 통해 사회적 기여를 하는 셈이다.

그런데 이 대회를 위해 비용을 얼마나 사용했을지 궁금하다. 두바이 물가가 비싼 탓인지 선수 및 관계자 수백명에게 제공하는 하루 한끼 식비가 200디르함(약 6만4000원)이다.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점심은 무제한 제공한다. 

눈에 띄는 것은 아마추어 대회이면서 코스에는 스폰서들의 광고판이 곳곳에 들어서 있다. 또한 이 대회 중계방송을 전 세계에 볼 수 있다. 미국 ESPN2에서 하루 3시간씩 중계한다. 영국에서는 스카이스포츠, 뉴질랜드, 일본에서는 TBS, 한국에서는 SBS스포츠, 중국의 iQIYI, 호주의 폭스스포츠가 중계한다. 또한 출전 선수가 없는 아프리카의 수퍼스포츠, 캐나다의 TSN, 라틴아메리카의 ESPN, 유럽의 골프TV를 통해서도 이 대회가 중계된다. AACgolf.com은 4일 내내 방송한다.

순수한 대회를 표방하지만 철저하게 상업적으로 운영하는 ACC는 마스터스를 빼다 박았다. 확실한 것은 이 모든 것이 골프인구를 늘리고, 미래의 골프발전을 위한 것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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