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4.세신비용 1만8천원과 캐디피 15만원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4.세신비용 1만8천원과 캐디피 15만원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1.01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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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난타골프클럽
아난티골프클럽

'12만원이 대세, 캐디피 무서워 골프장 가겠나?' 2015년 8월 한 신문기사의 제목이다. 그 기사 끝부분에서는 "캐디피가 오르는 것은 골프장 경영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었다. 하지만, 12만원, 13만원을 거쳐 얼마 전 14만원까지, 그리고 웰링턴과 제이드팰리스 등 몇 몇 골프장에서는 드디어 캐디피 15만원 시대가 열렸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소장 서천범) ‘레저백서 2020’에 따르면, 대중골프장 팀당 캐디피는 2011년보다 27.5%, 회원제 골프장은 25.5%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같은 캐디피 상승률은 2011∼2019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10.7%의 두 배가 넘는다. 지역별로는 골프인구가 풍부한 수도권이 가장 많이 올랐다.

이처럼 캐디피가 오르는 이유는 수요-공급의 법칙에 의해 캐디 숫자가 부족하고 신규캐디를 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수도권 골프장의 캐디피가 오르면 블랙홀처럼 가까운 지방부터 캐디들의 이동이 시작되고, 그 에 따라 지방의 골프장은 더 심한 구인난에 시달리게 되면서 결국 전국의 캐디피가 동일하게 인상되는 것이다. 이미 캐디피 15만원의 문이 열렸기 때문에 전국 모든 골프장의 캐디피가 15만원이 되는 것은 시간문제다. 

입으로는 ‘고객님’이라며 친절하게 굴지만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손님을 낮잡아 부르는 ‘호갱’(Stupid customer)이란 말이 있다. 골프를 사랑하는 골퍼들이 멍청한 소비자가 되어 ‘봉’ 노릇을 당하고만 있을까? 코로나 사태로 인한 골프장의 호황이 얼마나 더 지속 될 수 있을까? 유비(有備)가 무환(無患)이라면 소비자를 위한 골프장 업계의 경영전략 변화는 분명히 필요하다. 

대중제 골프장의 예약실패는 골퍼의 책임이라고 하더라도 일정 횟수의 이용 보장을 근거로 회원권을 판매한 회원제 골프장의 인터넷 부킹의혹은 갈수록 심각해져서 회원들의 집단 소송이 진행되기도 한다. 예약문제 뿐만이 아니라 코로나 사태를 틈타 골프장이 카트피, 그린피 등 모든 비용을 올려 골퍼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드래곤 레이크CC
드래곤 레이크CC

골프장의 영업방식전환이 필요한 두 가지가 식음료 값과 카트비용이다. 중국 화산 아래에서 북봉 정상까지 3999개의 돌계단과 오르막길을 10시간 이상 걸려 지게꾼이 가져다준 음식도 아닌데 지나치게 비싸다. 외부음식 반입 금지를 전제로 식음료 값의 인하가 시급히 이루어져야 한다. 또 한 가지는 카트비용이다. 식음료야 미리 준비해 가지고 가서 이용하지 않을 수 있지만 카트피는 피할 수도 없다. 대부분 골프장 카트피는 8만원에서 9만원 또는 10만원으로 올랐고, 곤지암과 제이드팰리스 등은 12만원이다. 카트 한 대 가격 1000만원 내외를 감안하면 50일에서 100일 이면 구입가를 회수할 수 있다. 

거의 모든 재화의 가격은 소비자의 수요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시장원리다. 골프장에 캐디가 없으면 진행 속도가 느려지고 이는 고객 감소로 연결될 수 있기 때문에 캐디피 또한 고객의 선택에 맡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노캐디를 포함한 캐디 선택제, 그리고 소비자인 골퍼의 선택권 보장을 위한 캐디등급제가 이 문제의 대안이 될 수 있으며, 출범 예정인 ‘대한캐디협회’도 이러한 문제에 주목하고 있다고 알려져 있다. 

골프잡지인 JTBC 골프매거진이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골프 비용 가운데 가장 비싼 것’은 ‘1. 카트 이용료 42% /  2. 그린피 39.1% / 3. 식음료비 10.5% / 4. 캐디피 7.5%’로 캐디피에 대한 불만의 비중은 작았다. 미국이나 영국에서는 일부 명문 골프장에만 캐디가 남아 있고, 한 팀 전체가 아닌 골퍼 한 명을 담당하는 캐디피(팁 포함)는 미국은 150~200달러(약 18만~23만원), 영국은 150파운드(약 23만5000원) 정도다. 

그렇다면 공식 시합에서 골프규칙 10.3(캐디 Caddies)이 적용되는 캐디들의 캐디피는 어떻게 될까? 일단 하우스캐디들은 보통 라운드 수에 상관없이 하루에 20~25만원, 좀 좋은 골프장에서 시합할 경우 30만원까지 받고, 전문캐디들은 30게임정도 기준 1년 연봉을 일시불로 4천만 원에서 4천5백만 원, 경력을 인정받은 캐디는 5천~6천만 원을 받는다. 주급으로는 한 시합기준 보통 120~160만 원 정도이다. 매니저로 차량운전까지 할 경우 20~30만원  정도 더 받고, 제주도 시합은 20만원~30만원 경비를 따로 받는다. 시작한지 얼마 안 되는 캐디들은 예선탈락 할 경우 비용을 좀 적게 받는 경우도 있으나 계약하기 나름이고, 인센티브는 보통 우승 7%, Top10은 5% 정도이고, 경력자는 우승 10%, Top10 7%, Top30 5% 정도 된다. 모두가 꺼리는 캐디 수입 내용을 어렵게 공개해준 분에게 지면을 통해 다시 한 번 감사를 드린다.

최근 ‘Fun할 뻔한 Golf Rule’을 출간하며 왜 책값이 18,000원 이냐는 질문을 받은 적이 있다. 아무도 몰랐던 비밀을 독자들에게 밝힌다. 필자가 가끔 가는 집 근처 사우나 세신비용이 18,000원이다. 세신사는 정성스럽게 내 몸 구석구석의 때를 벗겨 내주고 마무리로 머리와 등을 마사지 해준다. 그리고 비누칠을 해준 후 ‘수고 하셨습니다’라고 인사를 하며 일으켜 준다. 그리고 나면 나는 진심으로 고마운 대접을 받았다고 느끼며 기꺼이 그 돈을 지불한다.

그린피도, 카트피도, 특히나 캐디피는 그래야 한다. 골퍼들이 충분한 골프지식과 서비스 마인드를 갖춘 전문가로부터 오늘 하루 귀한 대접을 받았다고 느끼며 기쁜 마음으로 줄 수 있어야 한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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