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3.신원CC 노 캐디 및 캐디 선택제
[정경조 박사의 '꿀잼' 골프룰]63.신원CC 노 캐디 및 캐디 선택제
  • 정경조 전문위원
  • 승인 2021.10.25 08: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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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원CC
신원CC

지난 10월 1일 경기도 용인의 신원 컨트리클럽(27홀)에서 캐디들이 단체로 출근을 거부했다. 골프장측이 경기팀장 직급을 하위직급인 파트장으로 강등시키고 퇴사한 캐디 두 명을 상위직급인 플레이 마스터로 재채용한 것에 대한 항의를 한 것이다. 80여 명 중에서 절반인 40여 명이 출근을 하지 않자 740여 명의 주주회원들은 투표를 거쳐 80% 이상의 찬성으로 캐디 선택제를 운영하고 있다. 캐디들은 골프장 측이 특혜채용을 하고 다른 골프장으로의 취업까지 방해했다고 주장하고 있고, 골프장 측은 노 캐디 플레이 방침으로 골프장을 운영하며 예고 없이 진행한 불법파업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캐디는 그동안 근로자 지위인정 등 여러 가지 문제로 골프장 측과 갈등을 빚어 왔다. 2003년 6월 스카이밸리 컨트리클럽의 캐디들이 단체협약의 갱신체결을 주장하며 파업을 했고, 익산 컨트리클럽의 캐디 100여명도 전동 카트 운행과 근로조건개선, 캐디의 노조원 신분 인정 등을 요구하며 파업을 했었다. 그때부터 시작된 특수형태 종사자들에 대한 논의가 20여 년 동안 계속되고 있는 것은 그만큼 해결이 쉽지 않은 문제이기 때문이다.

2021년 7월부터 시행된 ‘특수형태근로종사자 고용보험 의무가입’은 특고 14개 직종 중 법에 따라 고용보험을 우선 적용받는 11개 직종에 캐디가 포함되지 않았다. 우선 적용 11개 직종에 포함되지 않는 택배, 퀵기사는 2022년 1월 1일부터 의무가입이 적용되지만 캐디는 1년 정도 유예된 것이다. 그 이유를 고용노동부는 “골프장과 캐디의 견해차가 심하고 고용 안정화 취지와 달리 캐디의 직업 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표1]

캐디는 고용보험에 가입하고 실직하면 실업급여를 받을 수 있지만, 소득을 공개하고 이에 따른 소득세도 내야 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임금이 20%정도 줄게 된다. 골프장측은 노무관리 및 고용보험료 부담, 그리고 만성적인 캐디 구인난을 염려하고 있다. 한국레저산업연구소가 발간한 ‘2020레저백서’에 따르면 국내 골프장에서 일하고 있는 캐디는 2019년 기준 3만808명. 하지만 전국 500여 개 골프장이 원활하게 돌아가게 하려면 최소 5만 명의 캐디가 필요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때문에 한국골프장경영협회 등 사용자 단체들은 ‘고용보험 의무 시대’에 대비해 캐디 의존도를 줄이기 위한 ‘노캐디 라운드’와 ‘캐디 선택제’ 등을 채택하고 있다. 서천범 한국골프소비자원 원장은 “팀당 캐디피는 캐디 구인난에다 향후 도입될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 등으로 캐디피가 추가로 상승할 가능성이 있다”며 “골퍼들은 골프비용 부담을 줄이기 위해 마샬캐디 운전 캐디제 골프장을 더욱 선호하게 될 것으로 예상 된다”고 말했다. 
[표2]

그런데, 골프장 캐디의 파업을 캐디와 사측과의 문제만으로 보는 것은 옳지 않다. 이해 당사자 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고객이 빠져있다는 것이다. 1744년 13개 조항이 2019년 24개조 99개항으로 대폭 축소된 골프규칙에서도 여전히 10.2항과 10.3항에 캐디 관련 조항이 유지되고 있는 것은 그 만큼 캐디가 골프라는 스포츠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다. 하지만 골프규칙에서는 캐디의 고용과 지명은 플레이어인 골퍼의 권한으로 명시하고 있다. 

규칙10조의 목적에서는 ‘플레이어는 라운드 동안 자신의 클럽을 운반하고 어드바이스와 그 밖의 도움을 주는 캐디를 쓸 수 있음‘을, 그리고 10.3a/1에서는 ’플레이어가 캐디를 쓰든 쓰지 않든, 플레이어와 함께 걷거나 타거나 플레이어를 위하여 그 밖의 것들(예, 비옷ㆍ우산ㆍ먹을 것ㆍ마실 것)을 가져다주는 사람은 플레이어에 의하여 캐디로 지명되지 않았거나 플레이어의 클럽을 운반·이동·취급하지 않는 한, 그 플레이어의 캐디가 아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캐디와 골프장 측의 갈등은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면 해법접근이 가능해진다. 이번에 주목을 받은 신원cc는 1992년에 개장했지만 IMF여파로 신원그룹이 부도가 나면서 2009년 11월에 회원들이 골프장을 인수, 현재는 743명의 회원들이 주인인 주주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회원을 위한 회원의 골프장'인 신원cc는 회원이 주인인 골프장이다. 문제가 발생하자 주주회원 회의 및 투표를 거쳐 ’노캐디 및 캐디 선택제‘를 채택했다. 

2022년 실시될 것이라고 예상되는 ’캐디의 고용보험 가입 의무화‘를 예상하고 간접 고용 등의 인력 파견업 관련업체들이 발 빠른 움직임을 보이는 가운데 최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사단법인으로 설립을 추진 중인 ’대한캐디협회‘가 주목을 받는 것은 이러한 골프업계현안의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영미 회장은 전문직업인으로서의 캐디권익 향상을 위해 노력하고, 캐디등급제를 도입해서 고객의 캐디선택권을 보장하여 고객만족도를 높이고 그에 따른 골프장 측의 원활한 운영에 도움을 주는 것이 설립목적이라고 했다.

골프장을 찾는 골퍼의 입장에서는 캐디피를 아낄 수 있는 노캐디가 좋겠지만 그것은 골프장 측의 영업이익과 관련 있는 안전사고 및 경기속도와 직결되기 때문에 신원cc처럼 소수의 회원들이 주인인 골프장을 제외하고는 전면실시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렇다면 골퍼는 수준 이하의 서비스에 13만원을 지불하기 보다는 20만원을 부담하더라도 그 날의 플레이를 빛나게 해주는 수준 높은 캐디서비스를 선택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 이유로 고객은 병원가면 전문의를 지명하고 명품을 사기위해 매장 앞에 줄을 서는 것이다. 

 

글/정경조 한국골프대학교 교수, 영문학 박사. 대한골프협회 홍보운영위원, 저서: '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손맛으로 보는 한국인의 문화', '살맛나는 한국인의 문화', '詩가 있는 골프에 山다', '주말골퍼들이 코스따라가며 찾아보는 골프규칙'(공저), 'Fun할 뻔한 Golf Ru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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